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이 사람을 필두로 이후 일본의 모든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가 완전히 빠졌으니 이 허구는 생성부터 폐기까지 꼬박 130년이 걸린 셈이다.
임나일본부와 같은 역사 조작은 단순한 학문의 영역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역사 조작이 무서운 것은, 이것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결국은 침략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70쪽 -
나는 우리 역사의 진정한 문제점은 과거의 기록을 상실했다는 사실에 못지않게 이 사회의 역사의식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 500년간 이웃 나라인 중국을 하늘로 보는 춘추사관, 이어진 일본의 지배와 식민사관, 그 후 군사독재를 겪으며 우리는 성숙한 문화적 내면적 의식을 크게 상실하고 현실적 가치에만 눈이 먼 채 인간을 너무나 왜소하게 보도록 길들여져 있다.
- 218쪽 -
[評]
도서관 만화 코너를 기웃거리다 '김진명'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펼쳐본 책이다.
그의 약 20여 년의 소설 취재기를 만화 형식으로 꾸몄는데, 소설가가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으로 이런 책을 꾸몄다는 시도 자체도 좋지만, 특히 전국 도서관에 무료 배포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더욱 뜻깊은 작업이라 생각했다.
사실 책 내용은 그의 책들을 요약 정리했기에,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없었다.
내 생각에 김진명의 소설에는 잘 짜인 이야기나 가슴이 미어지는 감동 같은 소설적 장치는 부족하다고 본다. 대신 열심히 다리품을 팔았거나, 오랜 취재를 통해 알아낸 '새로운 사실'로 소설을 엮어나가는 그의 열정이 소설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본다
광개토태왕비의 사라진 글자를 추적하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말(顚末)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대한민국 국호인 한(韓)의 유래를 밝히는 노력 등이 좋은 예이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그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與否)로 갑론을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가 왜 이런 문제들을 제기하는지 그 이유 쪽으로, 생각의 무게를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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